개요

주름 장군북메디아의 국가 미르부슈의 둥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민담이다. 4900년대 중반에 편찬된 셰르 민담집에 수록되면서부터 사트 전역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내용

옛날 옛적에, "미르부슈 과두정"이 그 이름을 널리 떨치던 시대에, 이토록 영광스러운 미르부슈의 군대를 이끄는 한 대장군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너버도(נאבאדע), 굳센부리를 가진 자랑스럽고 떳떳한 셰르였습니다.

그는 세상 모든 병거와 병기를 이쑤시개 휘두르듯이 쉬이 다루는 것은 물론이요, 때로는 안개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때로는 번개처럼 치고 빠지니 그 누구도 대적할 자가 없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는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병법과 진법을 직접 만들어내어, 무고한 만민의 생명을 살린 유능한 장군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크나큰 단점이 있었으니, 종일 인상을 찌푸린 채 부하들을 다그치는, 빈틈없고 깐깐한 성격이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그의 별명은 "주름 장군"이었습니다. 그는 부하들이 항상 몸과 무기를 깨끗이 하고 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았기에, 힘들어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버도의 집무실에 흥미로운 소문이 전해졌습니다. 칼에도 창에도 활에도 상처를 입지 않게 해주고 마음도 고요하게 다스려준다는 희대의 보호 마법이 개발되어, 국내에도 들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병법이라면 죽고 못사는 주름 장군으로서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겠습니까? 너버도는 즉시 상점에 가서 살펴보고, 새로 입고된 보호 마법구 신상품을 잔뜩 사왔습니다. 물약, 연고, 붕대, 반지, 갑옷…… 종류도 셀 수 없이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그 좋다던 보호 마법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것입니다. 너버도는 심각한 중독 증상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탓에, 화가 날 때나 짜증 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보호 마법을 걸었습니다.

너버도의 업무 중에는 신입 기사 서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버도의 눈에 견습 기사들의 용모며 실력은 하나같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여르노테(וארנעתה)를 만난 날에도 큰 기대 없이 서임식에 나갔습니다. 전통에 따라, 너버도는 대표 견습 기사인 여르노테의 따귀를 때려 코피를 터트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너버도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여르노테에게 첫눈에 반했기 때문입니다. 고민하던 너버도는, 단검을 뺨에 그어 가볍게 피를 내는데 그쳤습니다. 여르노테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너버도는 여르노테가 신경 쓰였습니다. 너버도는 누군가가 여르노테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는지 일일이 살폈습니다. 그렇게 사랑을 고백하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대면서 몇 달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여르노테는 여러 전공을 세우면서 유명한 기사가 되어갔습니다.

뭐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너버도는, 작정하고 날을 잡아 여르노테와 함께 누긴을 타고 도심 외곽 순찰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 날, 너버도와 여르노테는 생전 처음 보는 괴물을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호랑이만한 덩치를 가진 괴물 한 마리가, 무서운 속도로 성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여느때와 같이 칼을 뽑아든 너버도는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칼자루를 쥔 두 손이 간질거리더니 힘이 쭉 빠지고, 근육은 울룩불룩 제멋대로 움직였습니다.

반면 여르노테는 주저하지 않고 용감하게 돌진했습니다. 괴물의 속도는 번개 같은 주름 장군 너버도조차 따라잡기 힘들었지만, 여르노테는 좀처럼 지치지 않는 누긴을 타고 쫓아가 가슴에 칼을 찔러넣었지요. 손에는 땀이 흥건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괴물을 했습니다. 비록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분명했습니다. 괴물의 목소리는 분노와 슬픔에 차 있었고, 울분을 얼마 쏟아내지도 못하고 숨을 거두고야 말았습니다.

죄책감을 느낀 둘은 괴물의 시신을 옮겨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묻어주고, 손바닥을 그어 나온 피로 괴물을 위로했습니다. 그때, 누긴들이 조용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은 두 사람의 어깨와 팔을 따라 내려와, 땅에 꽂아 디디고 있던 칼을 적셨습니다.

누긴의 눈물이 칼날을 적신 두 사람의 피와 괴물의 피를 씻었고, 피는 바닥에 스며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너버도의 중독 증세도 없어졌지요. 그는 한 순간에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누긴들이 갑자기 고개를 빳빳이 들고 두리번거리다가 도망쳤지만, 두 사람은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너버도는 그 깐깐한 주름 장군이라는 별명답게 자신에게도 엄격해야만 했지만, 지키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고 부끄러웠습니다. 그 날로 너버도는 그간 애용했던 보호 마법구들을 전부 내버렸습니다. 그리고 여르노테에게 마음을 고백했습니다.

한 해가 지나고, 너버도와 여르노테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괴물의 무덤 위에는 작은 제단이 하나 생겨났지요. 둘은 매해 괴물을 추모했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둘 사이에는 좋은 일이 넘쳐났습니다.

조국은 명예스런 작위와 넓고 비옥한 영지를 내려 다스리게 하였으며, 휘하에 거느린 기사들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규모였지요. 너버도가 은퇴하자, 여르노테는 너버도를 이어 영광스러운 조국의 기사단장이 되었습니다. 그가 바로 미르부슈의 둥지 최초의 기사단장이지요.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들도 훌륭한 기사가 되어, 조국에 충성했습니다.

너버도와 여르노테는 어느덧 노쇠하였고, 온 국민은 그들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는데 기꺼이 동참하였습니다. 횃불이 거세게 타오를 때에, 비로소 괴물의 제단은 없어지고, 두 마리의 누긴은 빈 공터에서 곤히 잠들었으며, 두 사람은 광활한 하늘 저너머로 떠났습니다.

의의

상술된 주름 장군 이야기는 상당히 축약된 판본으로, 원본에서는 미르부슈의 둥지 이전 과두정 시절의 생활상이 상세하게 담겨 있어 사료로서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 예컨대 당시 사용했던 중세 미르부슈어와 각종 비속어, 시장체제와 물가 등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누긴의 눈물이 가진 신묘한 효능을 언급한 사트 최초의 문헌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현대 의학과 별반 차이가 없이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도 없다. 누긴은 흔한 동물이지만 눈물을 잘 흘리지 않고 그 눈물을 맞을 확률은 더더욱 적기 때문에, 학계에서조차 기적적인 일이라고 설명한다.

자소크력 제6천년기에 들어서 이 이야기는 다시 주목을 받았는데, 후반의 중심 내용인 괴물이 다름 아닌 흉내이리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도보게

각주

  1. 2024년 11월 5일 06시 59분 19초 기준. 미디어위키 표현식의 한계에 의해서 이 값은 정확하게 나타나기 힘들다. 정확한 값을 얻기 위해서는 사트/표준#Python 구현에서 설명하는 방법을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디스코드 서버에는 차단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습니다.